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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표>의 A는 어떤 경제지표일까?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B에 들어갈 숫자가 17.13%라면? 이 경우 B가 너무 크기 때문에 A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은 아니다. 질문의 답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다. 1998년에 국가가 보증한 가장 안전하다는 채권 금리가 15%를 훌쩍 넘었던 것이다.
시장금리의 상승
통상적으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시장금리로 통하는데, ‘시장금리’란 다수의 거래당사자가 참가하는 시장에서 자금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금리를 말한다. 시장금리는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금융시장(자금시장) 금리와 1년 이상인 장기금융시장(자본시장) 금리로 구분된다. 단기금융시장의 대표적인 금리가 콜금리,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기업어음(CP)금리이며 장기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상품이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다. 시장금리 이외에 금융기관 창구에서 금융기관과 고객 간의 상호계약에 의해 형성되는 ‘대고객금리’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여수신금리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시장금리의 대표주자라고 부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콜금리 움직임에 더 집중한다. 금융기관들 사이에 초단기 거래가 이뤄지는 콜시장이 자금의 수급사정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고, 한국은행이 공개시장조작정책을 콜시장에서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로 돌아가 보자.
1997년 하반기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결국 1997년 말 원달러 환율은 2,000원에 육박했으며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보였다. 자금 유출을 중단시키고, 해외로 나간 자금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 한국은행과 IMF는 고금리 정책을 선택했다. 한국은행은 당시 이자제한법상의 상한인 25%까지 콜금리를 끌어올리고자 했으며, 이후 이자상환이 40%로 상향조정되자 콜금리를 35%수준까지 인상시키려고 했었다.
단기금리에서 장기금리로
한국은행이 초단기 자금시장인 콜시장에서 채권을 매각(공개시장 매각)하기 위해 거래되고 있던 콜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높은 금리에 채권 매매가 성사된다. 콜시장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 금융기관들이 이자의 차익거래(arbitrage)를 위해 CD시장과 CP시장에서 운영하던 단기자금을 콜시장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이는 CD시장과 CP시장의 자금공급 감소를 의미하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두 시장의 금리가 콜금리와 동반하여 상승한다. 금융기관의 차익거래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만기가 3년인 국공채와 회사채 등으로 점차 퍼져나가 장·단기 시장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기업과 소비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저축하는 여수신금리까지 상승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4∼1997년 11월까지 10∼15% 사이에서 움직이던 콜금리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초에는 25%를 넘어섰고 다른 시장금리도 동반상승했다. 이에 따라 부족하던 외화가 국내로 유입됐고 높았던 환율도 안정됐다. 그러나 높은 금리는 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가져왔고 1998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7%를 기록할 정도의 대대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1998년 5월에 IMF와 협의하여 통화정책을 긴축기조에서 완화기조로 선회했다. 통화를 풀어 시장금리를 전반적으로 낮추고, 부진한 소비와 투자를 다시 살리려는 조치였다. 1998년 5월부터 7월까지 콜금리는 18.63%→16.32%→12.73%로 낮아졌으며, 8월에는 9.52% 로 드디어 한 자릿수에 진입했다. 1999년 2월에 콜금리가 5%대로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6%대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지금의 저금리는 이미 13년 전에 시작된 것이었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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